아는 강아지에서 가족으로

첫 만남은 아마도 2012년쯤 더운 여름날 지인 집에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방에 에어컨과 선풍기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갇혀 배설물과 엉켜살았던 하얀 강아지 그게 달구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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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를 처음봤을때 많은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왜 이렇게 예쁜 강아지가 여름날 더운 방에 갇혀 살아야 하는지
한 번도 빗어본 적이 없어 보였던 털들은 잔뜩 엉켜있었고
발바닥 패드를 찌르고 있는 발톱은 아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산책 용품은 사용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깨끗했습니다.
방에서 꺼내달라는 요청에 달구가 방에서 나왔고 지인은 보라며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달구에게 던졌습니다. 달구는 허겁지겁 얼음을 주워 먹기 시작했습니다.
지인은 얼음을 저렇게 먹는 모습이 귀여워 물도 밥도 주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사료도 만 원대에 10kg 하는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사료를 먹고 있었습니다.
달구는 이렇게 방임만 당한 게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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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의 입질

달구는 털 때문에 통통해 보였지만 만져보니 뼈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가끔씩 방문하여 달구의 털들을 잘라줬습니다. 그러면서 달구와 가까워졌고
달구는 제가 방문하는 날엔 항상 신이 나 보였습니다.

달구는 저에게는 한없이 착했지만 어느 날부터 자기 주인에게 으르렁거리며 물기까지 했습니다.

이유를 들어보니 달구의 전 주인은 달구가 으르렁거리는 게 귀엽다며

앞발을 잡아당겨 깨물면서 달구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즐겼습니다.

그러다 달구가 심하게 으르렁 거리면 머리를 때리는 둥 신체학대를 일삼았습니다.

머즐 쪽엔 항상 피딱지가 있었는데 수염을 뽑으면 재밌다며 수염을 뽑아왔었고 그 자리엔 딱지가 앉았던 것입니다.
달구의 전 주인은 어릴 적 키웠던 강아지를 높은 건물에서 내던진 경험이 있었던 사람입니다.
달구는 그렇게 손길을 거부하게 되는 입질견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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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를 바로 데려오지 못한 이유

달구를 전 주인으로부터 분리하는 게 맞다고는 생각을 했으나
그때 당시 저는 뽀삐라는 반려견과 함께하고 있었고(현재는 무지개다리를 건넘)

두 마리를 책임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으며 결정적으로 뽀삐랑 달구는 강아지를 싫어하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달구랑 뽀삐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 친해졌고
달구의 전 주인은 저에게 달구를 파양했습니다.
달구를 파양한 전 주인은 또다시 달구와 닮은 강아지를 구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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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를 맡게 되었지만 막막했습니다.
산책을 하려고 밖에 나가면 움직이질 않았고 안아서 이동을 해도 무서워서 덜덜 떨기만 했습니다.

조금씩 시간을 주면서 늘려가니 달구도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엔 타인한텐 마음을 전혀 열지 않았던 달구가 익숙한 사람한테 만져달라며 애교 부리기까지 합니다.

단시간에 좋아졌으면 더 좋았겠지만 달구가 처음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어 만족하는 나날들입니다.

달구는 현재 12살입니다. 달구는 건강한 편이지만 평균 나이를 생각하면 적은 나이는 아닙니다.
그래서 더욱 추억 쌓기에 열심일 수밖에 없는 저입니다.
달구와 산타독에서 멋진 추억을 쌓을수있는 기회가 생겨 달구의이야기를 작성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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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강아지에서 가족으로”의 5개의 댓글

  1. 👏👏여정님의 반려견이 너무 궁금했는데 달구였군요 !!
    달구 그 동안 너무 고생많았네요 …ㅠ 마음이 아프지만 여정님과 함께 많은 치유를 받았을것같아요 !! 앞으로 아프지말고 행복하게❤️❤️

  2. 수년간 애견업계에 몸 담그면서 수 많은 반려견&보호자님들 뵙었지만
    정말 반려동물을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보살펴주는분은 단연코 달구 보호자님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애견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게 얼마나 책임감있어야 하는 일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무턱대고 반려동물을 키우는게 아닌 소중한 생명을 책임질 수 있도록 준비가 된 사람이 키워야 한다’는 제 신념에 가장 적합한 달구보호자님 응원합니다

  3.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지만, 정말 다양한 나쁜 사람들이 사는것 같네요.

    달구 조금 늦었지만, 행복하자
    그리고 산타독 가즈아 ~~~~~

    근데 달구 나이보다 엄청 동안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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